수치로 보는 투자와 절세
회사생활만으로도 지치는데, 투자에... 절세에... 배워야 할까?
Posted by

작은 차이가 만드는 큰 격차
사회생활을 시작해 수입이 생기다 보니 자연스레 투자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최근에는 저명한 투자자 존 보글(John Bogle)의 책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를 읽으면서, 그가 제시한 통계와 수학적 근거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는 반복적으로 다음 말을 인용하며, 작은 수치 차이가 어떻게 눈덩이처럼 커지는지를 강조한다.
Remember, O Stranger, arithmetic is the first of the sciences and the mother of safety — Brandeis
백문이 불여일견,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상황을 예로 들어, 저축만 꾸준히 한 사람과 투자·절세까지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노후에 얼마나 큰 재산 격차를 보이게 되는지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동일한 연봉인데… 결과는 왜 이렇게 달랐을까?
대학생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A, B, C는 2023년, 모두 24세 나이에 같은 회사에 입사한다. 세 사람은 초봉 4,500만 원, 연봉 상승률 5%인 스타트업에 합류했고, 모두 2023년 기준 약 1,500만 원을 소비한다. 소비액은 매년 2%씩 증가한다고 가정하였으며, 은행 적금 금리는 2024년도의 3.6% 수준으로 설정한다
A vs B vs C, 무엇이 달랐나?
- A: 투자에 큰 관심이 없어 모든 자산을 은행 적금으로만 운용
- B: 미국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꾸준히 투자
- C: B와 똑같이 S&P 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지만, 연금계좌·IRP를 적극 활용해 절세 방안을 공부하며 실천
단지 “투자와 절세”의 ‘사소한’ 차이는 35년 후(60세가 되는 해) 무려 4배에 가까운 자산 격차를 만들어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해를 위한 기초 지식
시간이 지나면서 A, B, C의 재정 변화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아래의 기초 지식이 필요하다. 혹시나 아래 내용이 지루하다면 스킵하고 먼저 결과만 봐도 좋다. 다만 큰 격차의 이유가 궁금해지면 언제든 돌아와 ‘왜 이런 차이가 났는지’ 살펴보자.
연금 계좌 및 IRP
- IRP: 연 1,800만 원까지 납입 가능
- 세액공제: 연금계좌+IRP를 합쳐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
- 과세 이연: 계좌 내 금융소득에 대해 당장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나중에 인출 시점에 과세
이외에도 연금 계좌와 IRP는 다양한 세금 혜택들이 있지만, 본문에서는 세액공제와 과세 이연에만 집중한다.
S&P500 인덱스 펀드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S&P 500을 장기 추종했을 때의 수익률은 지난 70여 년간 검증이 되어왔다. 보글이 운영했던 Vanguard 펀드가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상품을 세상에 처음으로 출시했고, 워런 버핏도 이런 인덱스 펀드의 효용성을 여러 차례 극찬했다고 한다.
보글이 전체 시장을 소유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수많은 이유 중 본문에서 다룰 두 가지만 정리해 보면
- S&P500보다 더 높은 장기 수익률을 내는 방법은 당연히 존재하지만, S&P500보다 낮은 수익률을 내는 투자 전략은 무한히 많다
- 복리의 마법은 수입뿐만 아닌 비용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시간에 따라 비용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세금
우리나라 세금 구조는 매우 복잡하지만, 본문 시뮬레이션에서는 간단히 아래 두 가지만 고려했다.
- 근로소득세: 연봉에서 근로소득공제 후 과세표준을 적용해 산출
- 이자·배당소득세: 대체로 14%의 원천징수 세율 가정
과세 이연
연금 계좌의 중요한 점은, 해당 계좌에서 발생한 금융 소득에 대한 세금은 이연된다. 그 말인즉슨, B의 경우 S&P 500이 제공하는 배당 수익에 대해서 매년 세금을 내야 하지만, C의 경우 매년 받은 배당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배당 수익을 온전히 재투자할 수 있다.
60세가 된 2060년
위에서의 배경지식을 토대로 A, B, C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정을 운용했을 때 35년 후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중간 결과 비교(稅前)
- A(적금만 운용): 44억 2,400만 원
- B(S&P 500 투자): 141억 6,800만 원
- C(S&P 500 + 적극 절세): 149억 3,900만 원
재정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A가 당연히 가장 적은 부를 축적하였고,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C와는 무려 4배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B와 C의 잔고는 대략 8억원의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세액 공제와 과세 이연으로 수혜한 금액이 8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세전(稅前)” 결과다. 이익을 실제로 실현하면 양도소득세 등 추가 세금이 발생한다.
최종 결과 (稅後)
30년간 C는 세금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C는 양도소득세를 고려하여 매도 전에 미리 배우자에게 증여를 해뒀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면,
- B의 경우 수익을 실현함으로써 취득가액과 매도 시점의 차액에 대한 양도세를 내게 된다.
- C의 경우, IRP에서 투자한 S&P500 배당금에 대한 세금이 지연과세 되었기 때문에, 배당 소득에 대한 세금을 한 번에 정산한다.
계산된 세금은 아래와 같고
- B의 양도소득세: 약 22억 6,200만 원
- C의 지연된 배당소득세: 약 1억 4,800만 원
이 세금을 제외한 최종 잔고는:
- 세후 B의 잔고: 119억 600만 원
- 세후 C의 잔고: 147억 9,700만 원
절세를 하지 않은 B와 그 반대인 C의 최종 잔고 차이는 무려 30억 원으로 벌어지게 된다.

세금 폭탄
꾸준한 투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세금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느냐다. 부가 커질수록 작은 세율 차이도 복리로 불어나 “세금 폭탄” 수준의 부담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세금 회피의 극치
1970년대 초, 도널드 트럼프는 그의 첫 부동산 프로젝트였던 하얏트 호텔 리뉴얼 과정에서 뉴욕시로부터 무려 40년 간의 세금 감면 혜택을 따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이 세금 감면 혜택으로 40년 동안 무려 1억 6천만 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피해 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하얏트 호텔의 성공에 힘입어 두 번째 트럼프 타워 프로젝트에서도, 당시 미국의 가장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콘과 손 잡아 뉴욕시를 상대로 세금 혜택을 다시 한번 따내면서 천문학적인 세금 면제를 수혜한다.
마치며
이번 시뮬레이션에는 단순화를 위한 여러 가정이 깔려 있다(연금계좌의 투자비중 제한, 세법 변경 가능성 등). 그럼에도 저축만 하는 사람 vs. 투자와 절세를 동시에 공부·실행한 사람 간 격차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엔 충분하다.
나 또한 이 글을 쓰면서 부족한 경제·투자 지식을 다시금 느꼈다.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하면서 배우고, 이를 나만의 언어로 해석해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20대에 존 보글의 명저를 접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종합적인 재정 관리를 통해 장기적 안목의 투자를 실천할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